때로는 도둑도 만난다. 가면서 먹으려고 행로에서 뿌리를 캐어 전대에 담고 영양 있는 열매도 따서 듬뿍 등에 업고 든든한 마음이 되기도 하지만 금 덩어리라도 발견하면 기뻐 호탕한 웃음을 흘리며 고대광실을 허공에 두둥실 띄워 놓고 마냥 한곳에 머물러 있기를 소원할 때도 있다. 그럴때 예기치 않던 운명의 마신이 모든 것을 빼앗고 발가벗긴채로 길가에 버려 둘 때도 있다. 인생의 행로란 인간이 원하는 안정하고 평탄한 넓은 대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인류가 함께 당하는 고난이 있다. 그리고 함께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행운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개인이 경험하는 생의 굴곡은 유일하고 불가사의한 것일 때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저 삶은 내게는 일어날 수 없는 일" 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가? 순풍에 돛을 단 듯 흘러가는 인생도 있을 수 는 있겠지만 각자에게 묻는다면 나름대로 다 독특하고도 고통스러운 고비 고비들의 경험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어려움을 겪게 되면 인간은 누구나 이웃의 따스한 손길과 격려의 말 한마디가 필요한 것이고 또 소중한 것이다. 특별히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이야 말로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인생행로 위에 위로부터 내리 쪼이는 따스한 빛은 우주보다 큰 절대자의 은혜로 베풀어지는 치료의 광선이요 그 빛을 받아 녹아진 마음의 손길은 상처를 다듬고 싸매는 일 에 자신을 내어주어 생명을 소생시켜 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즉 그들은 흑암 속에 빛나는 보석들이 되어 인생의 굴곡속에서 소망을 잃은 사람들의 길 을 비추어 주고 그 빛으로 새 힘을 얻어 온전한 빛을 향해 가는 발걸음에 박차를 가해주는 사람들이다.
나는 전쟁이란 거센 바람 속에서 고귀한 생명들이 파리처럼 학살되는 참상을 보았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찌들게 가난해진 환경이 생존이라는 싸움터를 조성하고 6.25를 방불케 하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의 궁지(窮地)에서 자식도 가족도 윤리도 도덕도 아랑곳 할 수가 없어 임시변통의 길을 택하게 된 사람들도 목격했다.
나는 홀트 양자회가 생명을 고귀한 것으로 여기고 다듬고 보살펴 치료해 주며 온전하고 안전한 곳으로 인도해 주는 아름답고 선한 보석으로 빛 을 발하는 곳임을 인식하며 감격이 복받쳐 올랐다. 그곳은 또한 태양의 밝은 빛 이 내리 쪼이는 곳이라고 느껴졌다. 이러한 빛을 먼저 받고 이 빛의 동산을 일구고 있는 사람은 해리 홀트씨다. 병든 심장을 움켜쥐고 신음하던 50대의 홀트 씨가 병실에서 가장 먼저 치료의 광선을 경험했고 그의 여정 속에 진행되는 인생의 목적지가 이땅 아닌 본향(本鄕)이란 사실을 그는 그때 깨달았다. 나머지의 발걸음은 어떤 것 이여야 할 가? 자신의 질병에만 관심을 쏟고 심장을 움켜쥔 채 보살펴주는 손길에 의존하여 몸만 다독거리고 있을 것인가? 그는 남은 인생을 놓고 고민했다. 그리고 자기를 조성하신 주인에게 자기 삶 을 맡기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만약 당신께서 내게 필요한 힘만 주신다면 내게 무엇을 원하시든지 그 뜻을 따라 당신을 섬기겠나이다.” 그는 무엇인가 값있는 시간들을 나머지 여행길에 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 주인에게 자기의 뜻 을 아뢴 것이다. 그러한 그의 앞에는 전쟁이란 소용돌이 속에 뿌려진 혼혈의 씨앗들이 인생행로에 여기저기서 찢기고 밟히고 굶주려 울며 무참히 죽어 가는 참상들이 놓여 있었다. 그는 자신을 던져 그 비참한 상황에 놓여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남은 생명의 숨결을 쏟아 주고 싶었고 치료의 광선을 비추어 주어 온전한 인생길을 걷게 해 주고 싶었다.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일과 가진 전대를 다 털어 그 일 을 위해 내어 주기로 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국땅에 버려진 혼혈아들을 끌어 모아 자기 품에 안았다. 재래식 한국 초라한 판자로 된 거처를 돈을 주고 빌려서 20명의 혼혈 아기들에게 혼신을 쏟아주며 직접 돌보기 시작했다. 손수 음식을 지어 먹이고 기저귀를 빨았고 상처를 치료해 주며 때로는 40여 시간씩 단 한 시간도 쉼을 얻지 못해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러나 지칠 줄 모르는 사랑과 사명의 힘 이 그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러한 밑거름 으로 시작한 영아원이 몇 년 사이에 커다랗게 번창한 홀트씨 양자회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숨결은 한국에만 머물러 있지 못했다. 그 자애(慈愛)의 흐름은 시냇물처럼 온 미국 땅으로도 흘러 사람들의 마음을 적셔준 것이다. 그러므로 어린 생명들은 미국이라는 아름다운 땅 에 심겨지는 새 생명들이 된 것이다.
한 은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