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은 겹쳐오는 피로를 풀길이 없었고 새벽부터 퍼붓는 욕설과 저주는 매일매일 되풀이되고 있었다. 가지각색의 욕설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는 최악의 저주의 표현이었다.
   
삼촌댁이 욕설을 퍼부을 때는 보통 그의 양손 을 허리에 받치고 있었고 미움과 경멸이 담긴 눈을 반쯤 내리깔고 옆 눈으로 흘겨보곤 했다. 그는 종종 나의 어머니를 들먹였다.
   
[아이고 이년의 팔자야. 어떤 년 은 자식을 내갈겨놓고 도망쳐 호강이나 하고 앉았고 어떤 년은 그 새끼들을 떠맡고 기구하지 기구해…….시할머니에다 시어머니에다 그것도 모자라 조카들까지…….이 무슨 팔자야-아]
   
그는 내 어머니가 한 행동이나 말을 되뇌었다.
    [야 이년아. 네 어머니는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 아냐? 중국에서 가져온 털실들을 방에 가득 채워놓고 우리 딸 정이 세타 하나 해 입히라고 한 뭉치 안준 년이야-아. 뻔뻔한 년. 자기는 매일 인력거 타고 다니면서 날보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동서는 어떻게 그렇게 살아? 나는 열 발자국도 못 걷겠어' 라고 한 년이야. 그런 년이 왜 새끼들은 까놓고 나에게 맡기느냐 말이야 맡기기를-? 이 집은 겨우 천 원주고 산거야. 그래놓고 뭐 결혼 선물을 크게 한 것처럼 거들먹거리더니……. 지 집은 삼만 육천이나 주고 저택에 살면서 우리를 얼마나 무시했는데…….꼴좋지…….지 새끼들만 귀한지 금인지 옥인지 하며 벌벌 떨더니만 꼴좋지…….이렇게 될 줄 몰랐겠지…….그렇게 잘난 척 하더니만…….지들만 자식이 있는 것처럼 극성을 떨더니…….원수 같은 인간들이 왜 지금 나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 주냐 말이야! 말해봐라 이년아. 이 빌어먹을 년아!]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매일 듣는 이 간을 서늘케 하는 욕설은 나의 자애심과 자긍심을 밑바닥에 곤두박질 시키곤 했다. 미워하고 멸시하고 무시하고 원수시하는 감정의 폭행은 나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나는 단 한번도, 한 가지도 긍정해 주고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는 따스함을 경험하지 못했다. 흘기는 눈, 살기 띤 눈빛, 표독스런 목소리, 경멸하는 말투, 저주하는 마음…….자존감이 흔들거리며 무너져 내리려 할 때마다 나는 내심 이를 악물고 무언으로 대항했다.
    
[부모의 울타리 속에서 보호와 사랑을 받고 자애와 자긍심을 키워야하는 행복의 자리를 인생이란 굴레에서 종종 부딛치는 예기치 않은 사건 때문에 그 보호막인 부모의 울타리를 상실하게 된 불운의 자녀들은 이처럼 학대 자에게 타작되어도 무방한 것인가? 자식들을 향한 무조건적 사랑은 오직 “친자식”이란 테두리 안에만 이행 돼야 하는 것 일가? 사고로나 고난으로나 전쟁으로 고아가 되어 메마른 광야에 던져진 어린 생명들의 필요한 손길이 되고자하는, 즉 사회에 존재하는 연약한 자들을 돌봐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 가? 이들이 필요로 하는 밥 세끼와 누워 등 따듯하게 해 줄 장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시켜주며 자존감 을 키워주고 다듬어줄 손길이 아닌가? 그들의 존재를 짓밟고 타작하며 어린 가슴들을 멍들게 하여 미움과 원망과 분노를 싹틔워 얻을 것은 무엇인가? 사회의 악이 들끓는 한 복판에서 이들은 쌓였던 분노와 좌절감과 받았던 멸시천대에 대한 원한을 꼭 터뜨리고 그것을 풀어놓아 사회의 악을 조성하는데 한 몫을 하고 말 것이다. 악의 손길에 붙잡혀 어찌할 수 없었던 연약한 자신과 상실된 자존감 의 희생자들은 심중 깊이 심어놓은 악의 뿌리에서 독버섯을 키워 뿜어낼 날이 있다는 것이다. 그때에 개개인이 뿌려놓은 악 의 열매는 사회가 먹고 무죄한 후손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 것이다. 악은 악을 분노는 분노를 미움은 미움을 자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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